돈에 따라 달라지는
오늘 같이 일하는 동료(이하 짝지)와 점심시간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인어가 잠든 집' 이야기를 했다. 딸이 뇌사가 의심되는 상태에 놓이게 됐을 때 짝지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짝지의 "돈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짝지에게 명언집 하나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딸에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게 하고 계속 치료를 할지 아니면 뇌사 판정을 받게 할지 같은 무거운 문제 외에도 나는 얼마나 많은 사소한 일들을 돈에 의해 선택해 왔을까? 지금까지 해온 나의 선택 중에 80% 돈 15% 우연에 의한 것이고 5%만이 나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을'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 '갑'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무자비함 속에 갑을 관계라는 단어조차 불편해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갑&을. 누가 정했는지 모를, 아니 누가 정했는지 알 것 같은 갑 과 을 사이에서 을에 속했던 오늘의 나는 만약 돈이 있었으면, 만수르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돈이 있었으면 오늘 같이 부당함에 침묵했을까? 갑의 부당한 언사에 미세하게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부당함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게 몹시 서글퍼지는 오늘이다. 그래도 오늘 이 서글픈 마음을 이끌고 짝지와 함께 찾은 오락실에서 펀치 9000점을 넘었으니(이거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제 훌훌 털어버리자.
아, 마지막으로 오늘 나에게 9000점 펀지 점수를 선물해준 이름 모를 생명체에게 시원하게 한마디만!
씨발, 꺼지세요.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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