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정도같이 일하던 M이 회사를 떠났다.
떠났다, 그만뒀다, 쫓겨났다,를 다 담고 있는 단어가 있다면 표현하기 좀 더 수월할 텐데.
평소 M을 좋아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M을 싫어했냐고 물으면? 이 또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난 M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M과 보내면서 가진 생각은 ‘안타까움’과 ‘창피함’ 그 사이였던 것 같다.
타인의 눈치를 타인이 눈치챌 정도로 심하게 보는 M이 안타까웠고,
이따금 타인의 눈치를 놀라만치 보지 않는 M이 창피했다.
M과 함께 일하는 마지막 날,
일이 끝나고 함께 별다른 약속 없이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꼭 듣고 싶었던 이야기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어느 시집에서 본 글처럼 ‘핵심은 내내 침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같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일상에서 만날 것처럼 평소와, 너무나도 평소와 똑같이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휴일이 끝나고 떠난 간 사람이 있는 회사를 남겨진 사람이 되어 출근했다.
남겨진 사람보다 떠나간 사람에 익숙했던지라 남겨진 사람의 그 허전함이 참 낯설었다.
M이 떠나자 무소유가 된 M의 사물함을 열어 보았다.
방향제, 일할 때 쓰던 장갑, 개어진 옷가지 그리고 메이플 시럽이 있었다.
M이 종종 즐겨가던 빵집에서 파는 와플에 곁들여 먹는 메이플 시럽.
‘M은 메이플 시럽은 두고 떠났다.’
‘M이 메이플 시럽을 두고 떠났다.’
뭔가 두고 떠났는 게 그리고 그 두고 떠난 무언가가 메이플 시럽이라는 게
왠지 M의 결과 닿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ㅁㅈ야, 너 메이플 시럽 놓고 갔어.’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도’ M은 손가락을 입 쪽으로 갖다 대면서 ‘에엑-‘이라고 하지 않을까?)